네이트 러닝멘토(메이트)를 돌아보며 좀 작정하고 비판해볼까 한다.


때는 바야흐로, 09년 3월 20일.
써니 메인에서 러닝멘토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그때 마침 즐거운 기억을 안고 끝난 하이티처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고자 선뜻 지원했었다.

합격 발표가 난 뒤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자리에서 나의 멘티 9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눈 후, 지역분배없이 가나다순으로 자른 듯한 명단에서
내가 멘토링을 더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받길 원한 것은 과한 욕심이었을까??

뭐 암튼,
9명의 명단을 가지고 그 다음날 저녁부터 전화를 돌렸던 것 같다.
한 번은 저녁 9시에 걸어보고, 집에 없다고 하는 통에 새벽 1시에도 전화를 했었다.
어찌보면 멘티들의 가족 입장에서는 별 미친놈이 있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고 싶었다.
꼭 그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너를 지켜봐주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으니깐...
하지만 그렇게 전화를 돌리면서,
러닝멘토가 뭔지도 모르는 학부모님들께
나는 절대 이상한 사람이 아니며, 네이트에서 매칭을 시켜준 멘토라는 것을
주최측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설명을 해야만 했다.


주최측이 바쁘니깐 당장 아수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기까지도 좋았다.

이 일들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깐.

그리고는 게시판의 질문에도 열심히 대답을 해 주었다.
내가 고3일때도 그 질문에 몇 주씩 고민을 하기도 했으니깐...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주최측은 없었다.

심지어
공대생인 나도 아는 학생의 "인권"은 염두치도 않는지,
멘토링 보고서를 작성해서 점수화 하겠다면서, 그것을 담임선생님께 보내겠다는 만행을 저질렀다.
뭐...
이것두 괜찮다. 그깟 고3의 인권쯤이야. 고민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라지...
결국 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말들로 보고서를 작성하고는 각 아이들마다 파일철을 만들고
성적을 적어 따로 관리해야만 했다.


그리고는
아마 여름방학이 지나고 가을 쯤이었던 것 같다.

SK컴즈만의 인력으로는 힘든지,
"아우르기"라는 학생조직을 만들겠단다.
그리고는 아무곳에나 조를 배정하고는,
그 조의 조장을 OT때 인기투표로 됐을 사람들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러닝멘토가 이 지경이 된 것에는
이 학생조직의 잘못인 것으로 보인다.

그 때까지 열심히 활동했던 우수멘토들은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그깟 깨알같은 조장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애정이 있을리 있나??
물론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록 조를 대변할만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는 조원의 반응이 시시껄렁하다는 핑계를 서스름없이 대어갔다.

주최측은
이 정보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도 구분 못한채
멘토들의 개인정보를 그 시시껄렁한 조장들에게 마구 주었고,
개중 "감투"와 알량한 "존심"으로 가득찬 조장들은 그 개인정보를 마구 사용했다.

"아우르기"가 조원을 아우르지 못한 폐해인 것이다.
그리고 주최측이 너무 많은 권한을 "인기투표"를 통해 나온 조장에게 준 폐해이기도 했다.

뭐 여기까지도 좋다.
조장이 전문가는 아니니깐...
그냥 참가잔데 실수 한 번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태에도 주최측은 무엇이 잘못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일이 터지면 수습하기에 여념없었다.


어차피 시작은 300명이 아닌 270명으로 했고, 그 멘토들 중 다시 1/4~1/3정도는 시작한지 2달만에 떨어져 나갔다.
내가 아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이 초반에 떨어져들 나갔다.
그래도 초반에 있을 수 있는 문제라는 주최측의 변명이 있으니 어떠랴...

그런데 더욱 웃긴거는 끝까지 드러나는
주최측의 변명근성이라는 것이다.

여태껏 굵직굵직한 학생프로그램을 5개정도 해 봤고,
자잘한 것까지 합하면 10개정도는 한것 같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수료라는 모든 결산을 하는 총괄적인 단어에,
고작 수기집 작성만 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은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열심히 인터넷에서 답변을 단 사람,
열심히 전화비 보조 한 푼 없이 멘토링을 한 사람,
열심히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여 봉사를 한 사람에 대한 확실한 조사와 통계없이
그깟 수기집 작성에 수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열심히 답변달고, 저녁에 전화질 해댄 사람은 ㅄ인 것인가??

그리고는 열심히 활동한 사람은 수기집을 쓴 것만 보고도 알 수 있다는 변명을 다시 늘어 놓으신다.


참...
한숨만 나온 프로그램이었다.
하물며 시험 준비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나는 
수기집 수료조건까지 달성했음에도
그 알량하게 값어치 없는 수료증도 받지 못했다.
이게 러닝멘토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뭐 인터넷 조금 검색하다보니 1기는 연습삼아 했던거고,
2기때부터는 더욱 평가방안들을 공공히 준비하겠단다.

결국 난 성공적인 2기를 위해 헛짓을 했던 것이다.
이게 러닝멘토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과연 2기는 3기를 위한 헛짓을 하지 않을까??
글쎄...

재미있는 것은 뭘 잘 했다고
1기에서 2기를 위해 선배노릇을 하고 싶으시단다...
얼마나 열심히 한 사람을 정확한 평가를 통해 뽑을지는 모르겠지만
주최측과의 친목으로 뽑힌 사람들이 존재하는한
러닝멘토는 1기의 수준을 못 벗어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주최측은 아무리 친목이 있어도 참가자에게 냉정하며, 확실한 평가방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지원서도 쓴 것 아닌가??
면접도 봐서 봉사마인드가 있는 사람인지, 단순히 감투에 환장한 사람인지를 구분해 내어야 한다.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2기의 활동 역시, 대다수가 잠수를 타고 다시 수기집으로 수료를 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1년동안 애정이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이었다.
너무나 어설펐고, 너무나 변명으로 점철되어 있었으며, 너무나 엉뚱한 사람들이 멘토를 대변해서
진심으로 "주최"측을 돕고 싶었던 대학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2기도 이렇게 진행된다면,
진심으로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김신영씨가 아까웠고, 주최측의 열정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것이 씁쓸했다.


부디 제대로 된 러닝메이트, 그리고 러닝멘토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ps.
멘티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들을 갔다.
주최측을 통해 받지 못한 조그마한 내 개인적인 선물들이었다.
그리고는 멘티들이 설날에 덕분에 좋은 대학 갔다고 고맙다고 보낸 문자에 울컥 눈물이 날뻔 했다.
이런 기쁨을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주최측이 만들어 준 넓은 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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